글로벌 판매 비중 52%로 급증…고유가 악재 속에서도 시장 전망치 4배 웃도는 실적 선방
대한항공이 유류할증료 상승에 따른 국내 여행 수요 위축을 해외 시장 공략으로 돌파하며, 창사 이래 최초로 분기 매출 5조 원의 고지를 넘어섰다. 유가 급등 여파로 영업이익은 감소했으나, 당초 증권업계가 예상했던 전망치를 무려 4배 이상 뛰어넘으며 견고한 기초체력을 입증했다.

◇ 영업이익 감소에도 ‘어닝 서프라이즈’…매출 26% 급증
대한항공은 올해 2분기 별도 기준 잠정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5.9% 증가한 5조 1,99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분기 기준 매출이 5조 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고유가 여파로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4% 감소한 2,618억 원에 머물렀으며, 영업이익률도 5.2%로 하락했다. 당기순손익은 고환율에 따른 외화환산손실이 장부상 반영되면서 973억 원의 적자로 전환됐다.
그럼에도 이번 성적표는 시장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증권가에서 예측한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약 624억 원)보다 실제 실적이 2,000억 원가량 웃돌았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급격한 연료비 상승 속에서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방어해냈다는 평가다.
◇ ‘K-컬처·인바운드’ 효과…해외 판매가 안방 부진 메워
이번 분기 실적의 일등 공신은 해외 시장이었다.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로 국제 유가가 한때 배럴당 215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유류할증료가 급등했고, 이는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여행 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하지만 한국 출발 수요의 빈자리는 외국인 여행객(인바운드)과 환승객이 메웠다. 여객 매출 중 해외 판매 비중은 지난해 2분기 46%에서 올해 2분기 52%로 늘어나며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국제선 환승객 비중 역시 19%에서 23%로 상승했다. 약세 흐름을 보인 원화 가치와 K-콘텐츠 흥행에 힘입어 한국을 찾는 외국인 수요가 급증한 덕분이다.
실제 국제선 여객 노선 매출은 2조 7,27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8% 늘어났으며, 좌석당 운임(Yield)과 탑승률(L/F, 87.1%)도 일제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 반도체·뷰티 날개 단 화물…연비 절감 노동으로 흑자 사수
화물 사업도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2분기 화물 매출은 전년 대비 46.1% 급증한 1조 5,419억 원을 기록했다.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및 서버 장비 등 고부가가치 IT 품목의 운송 수요가 늘어난 데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K-뷰티 제품의 수출 호조가 맞물린 결과다.
수익성을 제약한 가장 큰 원인은 연료비였다. 2분기 유류비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0.9% 폭증한 1조 9,991억 원에 달했다. 늘어난 연료비 규모만 약 1조 500억 원으로 전년도 영업이익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인건비를 4% 절감하는 등 고강도 비용 통제를 통해 영업 흑자 기조를 지켜냈다.
◇ 호실적 기대되는 3분기…선수금 13% 증가하며 청신호
대한항공은 본격적인 여름 성수기가 시작되는 3분기부터 실적이 한층 더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류할증료 인상 추세가 한풀 꺾이면서 억눌렸던 국내 소비자들의 여행 수요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향후 여객 매출로 전환될 예약 선수금 규모는 2분기 말 기준 6조 3,591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말보다 13.5% 늘어났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유가와 환율이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 국내 출발 수요도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